성경 묵상/교회력묵상

[교회력 묵상] 요한복음 14:8~17 성령강림주일

책익는계절 2025. 6. 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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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혜사 성령께서 오시리니: 하나님의 임재가 우리 안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성령강림주일 아침에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말씀은 요한복음 14장 8절부터 17절까지입니다. 성령에 대해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는 장면으로, 성령이 어떤 분이신지, 왜 우리에게 오셔야 하는지, 그리고 오셔서 우리 안에서 어떤 일을 행하시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성령강림주일을 맞아, 단지 불처럼 임하신 성령의 능력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그분의 임재를 깊이 묵상하고자 합니다.

보이라 하소서: 빌립의 요청과 인간의 갈망 (요한복음 14:8-9)

본문을 읽어 봅시다. "빌립이 이르되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요한복음 14:8). 이 말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은 갈망을 대변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을 보고 싶다는 것, 하나님의 존재를 확실하게 느끼고 싶다는 바람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빌립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요한복음 14:9). 여기서 우리는 성자 예수님 안에 계신 성부 하나님의 임재를 확인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단지 하나님을 설명하신 분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히브리서에서도 "그는 하나님의 본체의 형상"(히브리서 1:3)이라고 말씀합니다.

이처럼 성령의 사역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먼저 삼위일체 하나님의 내적 일치와 외적 사역을 인식해야 합니다. 성자 예수께서 아버지를 나타내셨듯이, 성령께서 오시면 예수님을 우리 안에 드러내십니다. 따라서 성령의 임재는 곧 예수님의 임재이며,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말씀과 행위의 일치: 아버지께서 하신 일 (요한복음 14:10-11)

계속해서 말씀을 보겠습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서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요한복음 14:10).

이 구절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선언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는 곧 아버지 하나님의 말씀이며 행위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용된 "내 안에 계셔서 그의 일을 하신다"는 표현은 헬라어 menō (거하다, 머무르다)에서 나온 동사로, 내주하시는 친밀한 관계를 표현합니다.

성령의 임재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은 예수님 안에 거하셨던 아버지의 임재처럼, 인격적이고 지속적인 동행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단순한 영적 분위기나 감정의 유동이 아니라, 실재하는 인격의 임재입니다. 그러므로 성령께서 내 안에 거하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통해 행해진다는 깊은 의미를 포함합니다.

더 큰 일을 행하리라: 믿음의 역동성과 성령의 능력 (요한복음 14:12-14)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 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니라"(요한복음 14:12).

이 말씀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을 우리가 할 뿐 아니라, 더 큰 일도 할 것이라는 이 약속은, 곧 성령의 오심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 계셨지만, 성령은 모든 믿는 자들 안에 동시에 거하시며 사역하십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는 성령의 능력으로 예수님의 사역을 이어가며, 땅끝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존재로 부름받은 것입니다.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요한복음 14:13). 이 약속은 단순한 청원 기도의 응답이 아니라, 예수님의 뜻과 일치된 기도, 성령의 인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동역의 관계를 말합니다. 우리가 성령 안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할 때, 우리는 단지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는 통로가 됩니다.

다른 보혜사: 성령의 사역과 임재 (요한복음 14:15-17)

이제 가장 핵심적인 구절로 가봅시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요한복음 14:16).

여기서 예수님은 성령을 "다른 보혜사"라고 부르십니다. "보혜사"(헬라어: paraklētos)는 돕는 자, 위로자, 상담자, 중재자 등을 뜻합니다. "다른"이라는 표현은 헬라어 allon으로, '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존재'를 의미합니다. 즉, 성령은 예수님과 다른 인격이지만, 동일한 본질과 목적을 지닌 하나님의 또 다른 사역자이십니다.

이 보혜사 성령께서는 영원토록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 안에 거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분을 "진리의 영"(요한복음 14:17)이라 부르시며, 세상은 그분을 알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지만, 믿는 자들은 그분을 알고 체험한다고 하셨습니다.

성령은 외부에서 잠시 돕는 존재가 아니라, 내부에서 영원히 거하시는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성령을 "사랑의 결합자"라 불렀습니다. 성부와 성자의 사랑이 성령 안에서 영원히 연결되듯이, 성령은 우리를 하나님과 영원히 연결하는 사랑의 매개체이십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요한복음 14장을 통해 우리가 다시 확인한 것은, 성령은 단지 하나의 신비로운 능력이 아니라, 인격적인 하나님이시며, 지금도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임재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시고(요한복음 14:18), 성령을 보내셔서 우리 삶 속에 친히 거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성령강림주일은 단지 불의 혀, 급한 바람, 방언의 기적만을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날이며,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을 드러내는 자로 부르시는 날입니다.

오늘도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성령께서 우리 안에 거하시고 우리를 진리로 이끄신다는 사실을 깊이 믿고 따르십시오. 성령은 우리를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며, 예수님을 증언하게 하시고,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가능하게 하십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에 우리는 결코 홀로가 아닙니다.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요한복음 14:17). 이 말씀이 여러분의 오늘과 내일을 지탱하는 생명의 약속이 되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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